지역 언론사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알게 돼
지역 언론사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알게 돼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0.01.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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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올해의 기자상 방송 지역 기획 부문 _ 안동MBC 엄지원 기자
안동MBC 엄지원 기자
안동MBC 엄지원 기자

2010년부터 내리 3선을 역임한 권영세 안동시장. 그의 선거를 도왔던 핵심 참모들, 이른바 ‘측근’들의 갑질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자는 다름 아닌 초선의 여성 시의원. 

권 시장의 선거를 돕고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측근들은, 자신이 시로부터 수주 받은 여러 건의 사업의 특혜성 의혹을 살피는 시의원에게 찾아가 욕설을 쏟아냈다. 장소는 의회청사 내 의원 사무실이었다. 

안동시 공무원들과 다른 시의원들도 동석한 자리였지만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그는 누구나 다 아는 권영세 안동시장 최측근이기 때문이었다. 

그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시장 측근 비리의 실태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측근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측근에 안동시는 5억 원이 넘는 화재속보기 사업을 예산 쪼개기 방식으로 편법 수의계약을 몰아줬다. 

업체는 소방면허도 없는 무면허 업체였다. 

더 나아가 이 측근 측은 취재하는 지역 인터넷신문 기자를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안동MBC 보도로 측근 업체에 대한 안동시의 재감사가 결정됐다. 안동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질타가 이어지면서 안동시에 후속조치 마련을 주문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시의원의 사무실에 여러 번 침입해 욕설을 한 측근, 또 기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인구 20만이 안 되는 중소도시에서 지자체장의 권한은 막대하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함께 지역 사회에서 이른바 ‘소통령’으로 군림하며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는 게 그들이다. 

때문에 자주 토착비리의 한 가운데 서 있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보도하기란 쉽지 않다. 좁은 지역사회의 특성상 학연, 지연, 혈연으로 깊게 맺어져 취재원 확보부터 난관에 부딪치기 십상이다. 

어렵게 보도돼도 ‘언론이 지역을 욕보인다’는 식의 지역 내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취재도 쉽지 않았다. 안동시의 사건 축소와 방해, 시장 측근들의 협박, 견제 기능을 잃은 안동시의회까지 매순간 난관이었지만 취재진은 언론의 본령인 ‘권력 감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이번 보도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지역 어떤 언론사도 보도하지 못한 뉴스를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지역에 뿌리를 둔 언론사의 역할이 무언지, 어떤 보도를 지향해야 할지 다시금 알게 됐다. 수상의 영광을 주신, 대구경북기자협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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