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기관 과부하…'코로나19' 4주 내 안정화 공염불 우려
검사기관 과부하…'코로나19' 4주 내 안정화 공염불 우려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0.02.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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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호흡 어려워도 3일 대기…전화연결 어렵고 직접 접촉 없으면 검사 안 해줘 
21일 대구 모녀 부산 원정 검사 후 확진…보건 당국 "업무 마비"
24일 오후 대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의심 환자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구보건소 직원이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인 것으로 이날 드러남에 따라 서구보건소는 선별진료소 외 업무를 중단한 채 보건소를 폐쇄했다. 매일신문 제공
24일 오후 대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의심 환자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구보건소 직원이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인 것으로 이날 드러남에 따라 서구보건소는 선별진료소 외 업무를 중단한 채 보건소를 폐쇄했다. 매일신문 제공

"확진자와 접촉하신 적이 있나요? 고열과 몸살이 사흘 이상 지속되면 그때 오세요."

매일신문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의심된다며 의료시설을 찾은 이들이 검사기관의 높아진 문턱을 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사기관에 전화 통화가 되지 않기 일쑤인데다 확진자 접촉 여부와 기침·발열·인후통 등을 중요 검사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다.

22일 몸살과 가슴통증, 가래 등 증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대구시내 검사기관으로 알려진 주요 의료기관과 보건소에 전화했던 A(48) 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어느 한 곳과도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A씨는 북구보건소를 직접 찾았지만 이곳에서도 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보건소 측이 '확진자와 직접 접촉이 있었던 게 아니면 검사를 안 해 준다. 검사 받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인 경북대병원 선별진료소도 마찬가지였다. 병원 측으로부터 "그냥 몸살이 심한 것으로는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열이 펄펄 끓고 호흡이 어려워야 3일 뒤에 검사해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A씨는 발만 굴러야 했다.

A씨는 "직장이 경북대병원 인근인데 그 근처 식당가에서 20일까지 매일 점심을 먹었다. 경북대병원 의료진과 직원들도 뒤섞여 밥을 먹었다"며 "21일 오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22일 검사를 받으러 나섰는데 모든 기관이 거부했다"고 하소연했다.

또 "확진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와 접촉했을지도 모르는데 검사를 안 해 주면 어쩌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즈음 A씨의 직장에 의심환자가 있어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자 다른 지역에 원정 검사를 가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21일 대구의 한 모녀가 자가용을 타고 부산 고신대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검체를 제출한 뒤 대구로 다시 귀가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대구의 병원과 선별진료소에 검사자가 몰려 진단이 늦어질 것을 우려, 원정 검사를 받으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들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대구시 조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며칠 새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검사 받기가 더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4주 내 안정화 목표'라는 정부의 공언도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건당국은 "검사를 요청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보니 확진자 접촉, 해외여행력, 기침, 고온 등이 없으면 검사를 해 줄 수 없다고 달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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