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전쟁중인데… 자화자찬 그리 급한가”
“아직 전쟁중인데… 자화자찬 그리 급한가”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0.03.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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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다른 나라 모범 사례·세계적 표준될 것”
박능후 복지부 장관 “방역체계 제대로 갖췄다”며 자평
“확진자·사망자 자꾸 늘고 있는데”… 성급한 판단 지적
“마스크 사태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면서” TK 민심 폭발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출처=경북도민일보 홈페이지)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뉴스1(출처=경북도민일보 홈페이지)

“아직 대구의 코로나19 전쟁터엔 확진자와 사망자가 자꾸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가 서둘러 자화자찬 하는 건 너무 빠르지 않나요….” 대구에 사는 시민 정모(51·중구)씨는 정부 관계자의 코로나19 대응을 자랑하고 나선 것에 대해 “나중에 이 사태가 종료된 후에 발표해도 늦지 않다. 뭐가 그리 급한가”라며 꼬집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체계를 이제서야 전면적으로, 제대로 갖췄다”고 자평했다.

이 시국에 정부 관계자가 국민들 앞에 서둘러 자랑할 일인가.

경북도민일보는 11일 현재 코로나19 전국 확진자수가 7755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고 사망자 수도 60명이나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성급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물론 확진자 수가 한풀 꺾여 200명대 안팎으로 줄어들어 이 같은 평가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전문기관이 아닌 정부가 서둘러서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방역 활동이 뛰어나다는 식의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검사 물량이 1만7000건에 달해 외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거나, 외신 보도를 인용해 자화자찬 한 사례도 있다.

심지어 지난 6일 질병관리본부 브리핑 때는 “지구에 있는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국발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는 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일본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성격의 발언이었지만 정말로 정부 관점이 이러하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를 두고 중국엔 관대하고 일본엔 칼 같이 대응한다는 등 정부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비판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으로 유입된 이후 정부의 실책은 한 두 개가 아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음압격리병상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병상 확충 계획을 세우지 않고 미적거리다가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신천지교회 신도인 31번째(61·여) 확진자가 발생한 뒤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뒤늦게 부랴부랴 병상확보에 나서는 등 뒷북을 쳤다. 그때도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에 낙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부의 미숙한 대처로 확진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례도 속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음압병상을 찾지 못해 청도대남병원에서 부산대병원까지 이송되던 50대 여성환자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환자는 부산대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의료진 응급처치를 받았는데도 숨을 거뒀다. 가까운 지역에 음압병상이 있었다면 목숨을 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지난 8일에도 영천에서 입원대기 중인 70대 확진자(78·남)가 뒤늦게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기도 했다. 모두가 정부의 미숙한 대처 때문이다.

서울 명동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마스크 대책도 엉망이다. 코로나19 유입 초기 정부는 예방수칙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이후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매점매석 행위를 색출하는 데 행정력을 주력했다.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고 국내 생산량의 50%를 공적판매처로 출하하는 후속 조치를 취했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대통령까지 질책하고 나서자 지난 5일 공적물량을 80% 수준까지 높였다.

야심차게 내놓은 ‘마스크 구매 5부제’ 역시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구매 조건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어 ‘5살 아이 보고 직접 마스크를 사라는 말이냐’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부는 10세 이하 소아와 80세 이상 고령자는 대리구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구의 한 시민은 “마스크 사태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정부인가”라며 “약국 앞에서 몇시간씩 기다려봐라. 정부를 똑바로 보겠나”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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