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대구은행이 더 성숙해지는 ‘성장통’이 되길
[수상소감] 대구은행이 더 성숙해지는 ‘성장통’이 되길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8.07.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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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윤태호 기자 _ 검찰 감시와 대구은행 바로세우기
6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대구MBC 윤태호 기자.
6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대구MBC 윤태호 기자.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은행 채용 비리 단서를 잡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방은행 가운데 대구은행도 포함돼 있었다. 충격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두 달이 지나도록 답보상태였다. 더 기다릴 수 없었다.

3월 중순, 검찰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 기사를 처음으로 내보냈다.

지역 언론계에서 검찰 권력에 대한 비판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반응이 생각보다 빨랐다.

대구은행 채용 비리가 애초 알려진 3건보다 훨씬 많은 수십 건이라는 것을 검찰이 슬그머니 흘렸다.

청탁자는 누구였고, 어떤 수법이 동원됐는지 궁금했다. 검찰은 당연히 확인해주지 않았다.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유력 자치단체장, 정치인, 기업인, 심지어 박인규 행장의 지인들까지…. 무차별식이었다.

점수 조작이 있었다는 핵심 증언을 확보했다. 이때부터 대구은행 채용 비리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 사외이사가 조카 채용 청탁을 했다는 제보를 받아 특종 보도해 이 사외이사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스스로 발을 빼도록 했다.

청탁자 수사가 핵심이라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이때 경산시 금고 담당 공무원 아들이 대구은행에 채용됐고, 이 과정에서 점수조작이 있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청탁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이 경산시청을 압수 수색을 한 5월 2일, 그 전에 미리 녹음한 해당 공무원의 통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뇌물죄 적용 가능성까지 덧붙였다.

더 나아가 차기 대구은행장으로 유력시되는 임원이 공무원 아들 채용에 관여한 사실을 후속 보도했다.

검찰 안팎 취재를 통해 이 임원이 채용 비리로 입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파장은 컸다. 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은행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검찰이 채용 비리와 관련해 박인규 전 행장을 포함해 전, 현직 임직원 8명을 점수조작 혐의로 기소했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채용 비리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지역 언론도 그렇게 채용 비리를 마무리하는 수준에서 기사를 생산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공무원 수사가 결국 청탁자 수사이고, 이것이야말로 대구은행 채용 비리의 실체를 밝힐 완결판이라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어물쩍 넘어갈 수 있었던 검찰 수사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공무원 아들 채용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공무원과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를 여러 차례 소환하는 등 수사에 고삐를 조이게 했다.

해당 공무원은 형사 입건돼 피의자 신분이 됐다. 은행장 내정자도 한발 물러섰다.

참고인 신분이기는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행장 취임을 무기한 연기하다가 결국 행장직에서 사퇴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신임 김태오 DGB 금융기주 회장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단일 취재건으로 넉달 가까이 취재를 하면서 30여 건의 리포트를 작성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취재기자뿐 아니라 데스크들도 사안의 심각성, 대구은행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필요했다고 공감한 때문이다.

비록 이 과정에서 은행 내부뿐 아니라 외부 여러 사람들이 고초 아닌 고초를 겪었지만, 지역민의 사랑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한 대구은행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정도를 걷게 되는 ‘성장통’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모든 분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서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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