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개발의 그늘
폐광, 개발의 그늘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0.07.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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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채원영 기자            
매일신문 채원영 기자.
매일신문 채원영 기자.

대구 달성군 상원리 한 야산 자락에 폐광이 방치돼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문제의 크기를 쉽사리 체감할 수 없었다. 

90년대 생이라는 개인적 배경은 60, 70년대 개발일로 시대의 광산과는 도무지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갔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길 10여 분, 사라진 길에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흡사 공포영화 혹은 역사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았다. 폐광을 알리는 녹슨 안내판과 냉기가 감도는 갱구(坑口)가 한때 국내 최대의 텅스텐 생산 광산이었던 달성광산의 존재를 알렸다.

갱구부터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는 길은 온통 황색이었다. 갱내수(坑內水)가 유출돼 산의 돌과 풀을 모두 누렇게 물들인 탓이었다. 정화시설이 있었지만 먹통인 터라 갱내수는 그대로 인근 하천인 상원천으로 유입됐다.

주민들은 불안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이 든 주민들이 앞장서 문제를 제기하기엔 폐광 45년의 세월은 너무 길었다. 주민들이 한숨 섞어 내뱉은 “불안하다. 불안한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준다”는 말이 펜을 들게 했다.

취재는 순탄하지 않았다. 역시나 시간이 문제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폐광을 관리해야 할 책임 기관은 이곳저곳 흩어졌다. 그렇다고 딱히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사람과 집단이 없었기에 문제 해결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취재 후 관계기관 조사에서 갱내수에 중금속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상원천에서 신천으로 물이 흐르면서 인체에 유해한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가 앞을 가로막았다. 수차례 물 문제로 고통 받았던 대구는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다행히 기사가 나간 뒤 성과는 있었다. 정화시설이 제 기능을 찾도록 관로 공사가 진행됐고, 관련 기관들이 정화시설 개·보수에 협력하기로 했다. 환경당국도 매월 수질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달성폐광산의 갱내수는 흐르고 그곳에 사람이 산다. 이런 곳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폐광은 그렇게 개발의 그늘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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