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사고사에 숨겨진 진실 밝힐 수 있어 다행
의문의 사고사에 숨겨진 진실 밝힐 수 있어 다행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0.07.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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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전병용 기자
매일신문 전병용 기자
매일신문 전병용 기자

1월 6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해 사건·사고를 챙겼다. 

이날 새벽 구미 나들목 인근에서 10대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단순 교통사고로 기사를 처리했다. 

그러나 기사를 송고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문이 생겼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이 수능에 실패해서 자살을 한 것일까? 그럼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인데 왜 굳이 위험한 고속도로를 택했을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던 중 숨진 학생의 아버지 연락처를 알 수 있었다. 

아들의 사망 소식에 망연자실해 있을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연락을 했다. 

숨진 학생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사고 뒤에 숨어있는 사연이 놀라웠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했다. 

“아들의 사고에 묻혀있는 진실을 파헤쳐보자.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설득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며칠 후 숨진 학생의 아버지는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경찰에 수사의뢰부터하고 기사는 심층취재를 거쳐 작성했다. 

가해 학생들은 지역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학생들이고, 집단폭행이 결국 꽃다운 청춘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3월 육군 하사관에 입대해 지금쯤이면 멋진 푸른 군복을 입고 군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인데 싸늘한 죽음으로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다. 

매일신문 단독보도에 전국 중앙지와 방송사, 지역 언론 등도 잇따라 기사를 쓰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그렇지만 한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그리고 망연자실해 있는 유족들에게 대한 미안함, 학교 폭력을 막지 못한 어른들의 무관심 등이 교차하면서 기사를 쓰는 동안 기자의 마음은 착잡했다.  

그래도 숨진 학생의 사연을 전국에 알릴 수 있게 됐으며, 경찰 수사를 통해 가해 학생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또한 학교 폭력이 교내에서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릴 수 있게 했다는데 다소 위안을 삼는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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