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정의란 무엇인가
[기고] 코로나19, 정의란 무엇인가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0.07.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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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 민복기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장.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장.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극찬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코로나19 대처에서 마이클 센델교수의 영향을 받았다.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온 후 114일이 지났다. 수 많은 결정,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중 초기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저서가 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나는 메디시티대구 의료관광산업위원장으로서 중국 코로나19와 관려된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UFO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곧 한국, 일본으로 퍼질 것을 예상했다. 

1월 말에는 지역 언론사와 “판데믹을 우려해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도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준비를 했다. 물론 예상이 빗나가길 기도했다. 그러나 첫 환자가 발생했다. 

빠른 전파 속도로 수천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믿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였다. 

2월 19일 밤을 새워 대처하고 고민했다. 병상 확보와 의료 인력과 물자 확보가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대구의료원만으로는 감염병전담병원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20일 아침 일찍 계명대 동산의료원장에게 중구 대구동산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국군대구병원 등 군병원과 군의관, 공중보건의, 간호장교 등 의료 자원 차출을 위해 연락을 취했다. 

아직 대구에서 10여 명의 환자만 발생한 상황에서 이렇게 급하게 병상 확보 등을 진행하는데는 반대가 있었다. 

지역 언론에도 도움을 청했다. 고민이 많았다. 

만약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 책임을 어떻게 질까? 내가 왜 나서야하지? 주변의 걱정과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선택을 단순화했다. 만약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으면 내가 욕을 먹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게 두렵다고 내가 나서서 병상을 빠르게 확보하지 않았을 때 환자가 급증한다면 자칫 많은 환자가 죽을 수도 있다. 

그러면 욕을 얻어먹을 수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이 맞다라고 판단했다. 

아찔했던 순간이였고 돌이켜보면 잘 판단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은 고민 후 결정을 내렸다. 

이후에도 어려운 판단과 결정이 있을 때마다 정의란 무엇인가? 복잡하지 않게 단순화해서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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