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글날도 ‘상주본’ 빛 보기 어렵나
올 한글날도 ‘상주본’ 빛 보기 어렵나
  • 최재용
  • 승인 2020.10.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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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익기 씨가 조선시대 재장정(제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매일 제공
배익기 씨가 조선시대 재장정(제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매일 제공

“훈민정음 상주본은 잘 보관돼 있지 않아 날이 갈수록 훼손 정도는 심해질 것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을 10여 년째 꽁꽁 숨긴 배익기씨(57·고서적수집가)의 말이다.

경북매일은 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오후 상주시 낙동면에 있는 배씨의 골동품 가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상주본은 어디에 있느냐?’라는 경북매일의 질문에 배씨는 머리를 감싸며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잘 보관되고 있느냐?’라고 묻자 “잘 보관되고 있지 않아 계속 훼손되고 있다”면서 “국가가 보관해야 하는 국보급 물건을 개인이 보관하는 데 잘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주본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난 2008년 7월 30일이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한글날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인터뷰에서 배씨는 상주본이 국가에 기증될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배씨는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골동품 수집상들을 꾀어 내가 상주본을 훔친 것처럼 위증을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명명백백히 진상을 가려 당시 문화재청 관계자들을 처벌하고 명예가 회복되면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씨는 “이런 것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1조원의 가치가 있는 상주본을 1천억원에 넘기겠다”며 “금액적인 부분에선 훈민정음의 창제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조율은 가능하다”고 협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런 배씨의 입장에 지난해부터 송철호 울산시장이 상주본을 울산시가 기증받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지난해 송 시장이 이곳으로 차량을 보내 울산시청에서 만난 적 있다”면서 “이후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했고 최근에도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 시장이 울산 지역에 연고가 있는 대기업의 대표와 논의해 훈민정음 상주본을 울산에 기증하는 안을 제의해 왔다”며 “최근 송 시장이 문화재청장을 만나 해당 사안을 논의했고, 문화재청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상주본과 관련해 올해 한글날쯤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한 것도 이와 관련됐다는 것이 배씨의 설명이다.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기업 측이 상주본 반환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고, 울산시는 관련 기업과 합작해 상주본 기념 공간 등을 울산 지역에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선 공업도시로 유명한 울산을 문학의 도시로 탈바꿈하고 이곳 출신인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과 관련한 한글문화를 부각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울산시는 올해 최현배 선생 서거 50주기를 맞아 오는 9일부터 사흘간 ‘2020 외솔 한글한마당’을 여는 등 지난 2012년부터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숭례문(남대문)을 국보 1호에서 해제하고,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바꾸자는 입법 청원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등과 함께 8일 오전 10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소개로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7일 밝혔다.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에 대해 배씨는 “국보로 지정된 간송본에는 없는 세종의 친필이 상주본에는 있다”면서 “간송본은 분명히 부본이고 상주본은 임금이 보는 어람본, 진상본이기 때문에 국보 1호로 지정된다면 당연히 상주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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