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 주세요”
“우리 아빠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 주세요”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1.02.26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 12월 지역 신문 취재 부문 _ 매일신문 마경대, 윤영민 기자
왼쪽부터 매일신문 마경대, 윤영민 기자.
왼쪽부터 매일신문 마경대, 윤영민 기자.

한 제보자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링크를 보내왔다. 작성자에 아버지가 직장 내 상사의 갑질로 인한 인신공격, 임금 및 노동 착취를 당하다가 퇴사 얼마 후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글 내용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요즘 세상에 정말로 이런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각한 갑질을 겪으며 일했던 김씨의 사연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상식 밖에 일이었던 것이다. 

막상 취재도 쉽지는 않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환경미화원을 수소문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김씨의 옛 동료들과 연락이 닿은 후부터는 김씨가 일했던 업체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족들도 그간 김씨가 겪은 갑질 상사와의 대화 내용 등을 보관하고 있었고, 장시간의 대화 내용을 조금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기록했다.

이후 김씨에게 온갖 갑질을 행했던 상사를 찾았지만 취재는 더욱 어려움에 빠졌다. 유족과 동료들의 증언을 반박하기 위해 만만에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그는 김씨의 업무 내용, 주고받은 문자, 임금 책정 경위 및 내역서 등을 기다렸다는 듯 내놓았다. 당시 일하고 있던 직원들도 생업이 걸려 있던 터라 김씨를 대변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갑질 상사가 반박하기 위해 준 자료는 김씨 죽음이 인재라는 증거가 됐다. 취재를 진행했기 때문에 많은 허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내 노조와 사측이 임금 협상안을 만들어 매달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김씨에게는 단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 사원 평가를 통해 매번 김씨에게 최하점을 주고 인센티브를 주지 않을 것. 이에 반해 김씨는 여럿이 함께 일해야 될 긴 구간의 청소를 혼자서 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에 대해 사측에 재답변을 요청했다. 끝내 사측은 노동부에 ‘계약서 상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정당성을 주장했고 녹취된 내용도 짜깁기 돼 사실과는 다르다고 일관했다. 

취재하면서 밝혀진 사실과 사측의 해명을 모두 기사에 담았다. 이후 판단은 독자와 법에 맡겼다.

법의 판단은 김씨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사가 보도된 후 몇 개월이 지나 고용노동부 영주지청은 밀도 높은 수사를 통해 갑질 상사의 범죄 혐의를 소명했고, 그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했다.

그럼에도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사측과 노조가 만든 임상협상안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혹은 김씨의 업무가 과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이 상사에게 붙은 ‘갑질’이란 단어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족의 단순한 주장으로 끝날 일이다. 

댓글 등을 통해 본 이번 기사는 독자들의 판단 역시 법의 판단과 상통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기자는 독자가 조금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사실을 근거로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독자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쓰는 기자되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