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풍 석포제련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9.04.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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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기자협회 2018년 올해의 기자상_안동MBC 엄지원 기자
영남의 젖줄, 낙동강 최상류에 48년째 제련소 가동 
주민 영향 입증됐지만 제련소 문제는 ‘현재 진행형’
안동MBC 엄지원 기자.
안동MBC 엄지원 기자.

낙동강 최상류, 경북 봉화의 산골마을 석포에는 세계 4위의 아연 수출공장이 48년째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연간 80톤 이상 대기 오염물질을 내놓는 대규모 1종 사업장 2곳이 24시간 가동되고 있고 2천여 명 남짓한 이곳 주민의 대부분은 공장 노동자로, 협력업체 직원과 상인으로 공장과 관계를 맺고 있다. 

낙동강 황사 누출사고, 공장 폐수유출과 토양, 대기오염 등 각종 환경문제가 집약적으로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다. 

영풍 문고로 더 잘 알려진 재계 서열 22위 영풍그룹의 지배회사 ㈜영풍 석포제련소 이야기다. 

1970년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공업 정책에 힘입어 석포제련소를 세워 비철금속 시장에 뛰어든 영풍은 국내 아연 수요의 대부분을 담당하면서 그룹의 덩치를 키워 왔다. 

낙동강 발원지인 태백과는 불과 20㎞ 떨어져 있지만, ‘석포의 문제’에서 ‘영남 인의 문제’로 옮겨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장에 생계가 달린 석포주민들은 무섭게 입을 닫았고, 제삼자는 빠지라며 취재에 거칠게 맞섰다. 

석포지역의 환경오염을 언급하는 언론과 환경단체, 아랫마을 소천면 주민들이 그들에겐 적이었다. 

문제가 있어도 본인들이 떠안겠다며 극렬히 밀어냈다. 아이러니 하다 못해 슬픈 풍경이었다. 이 서글픈 모순이 기자들을 더 움직이게 했다. 

석포 주민들에게 제대로 제련소의 실상을 알려주자고,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그 땅이 또 자신들의 몸이 얼마나 병들어 가고 있는지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이번 ‘주민 건강영향조사 단독보도’도 그 중 하나였다. 환경단체와 경북지역 언론들의 집중 조명으로 환경부는 처음으로 대규모 환경조사와 건강조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는 주민설명회 방식으로 뭉뚱그려 넘어갔다. 

설명회의 요지는 오염이 일부 드러났지만 제련소로 인한 영향은 52% 정도고 나머지는 자연적 영향이라는 것이었다. 

주민 건강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던 면죄부식 결과 발표였다. 이후 의구심을 품고 정보공개 청구로 파고들었다. 

집요한 청구 끝에 손에 받아 든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서 원본에는 설명회 땐 들을 수 없었던 생략된 사실들이 담겨 있었다. 

석포 주민의 혈액과 소변 에서 나온 1급 발암물질 카드뮴과 납 농도는 우리나 라 국민 평균의 2~3배를 넘었고 농도는 제련소 근무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주민일수록 높게 나왔다. 

특히 중금속 축적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와 신장, 간장기능 이상자가 대조군 보다 유의하게 높았고, 신장암으로 이어진 주민들도 있었다. 

또 제련소에서 수십㎞ 떨어진 아래지역 주민들도 영향권 아래 놓여있었고 일부 중금속 농도는 오히려 더 높았다. 

대상 범위를 넓힌 건강조사,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연속보도는 끝이 났다. 그러나 영풍은 중요한 국면을 앞두고 있다. 

올해 초 폐수누출과 관련해 경상북도로부터 20일의 사상 첫 조업정지 명령을 받았고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신청했지만 결과는 패소. 

하지만 다시 행정소송을 신청한 상태다. 

영풍은 봉화군의 잇단 토양정화 명령에도 일관되게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폐기물 재활용 문제도 터질 수 있는 휴화산이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기자들의 일이 아직 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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