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신문 전재용 기자 ‘사건기자 세미나’ 참가기
경북매일신문 전재용 기자 ‘사건기자 세미나’ 참가기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7.10.1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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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보 전재용 기자
경북일보 전재용 기자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2017사건기자 인권·생명 존중 세미나에서 대부분 기자가 참석 소감으로 처음 꺼낸 말이다.

소감 순서가 제법 뒤에 있었던 나도 세미나 자료에 실린 자살조현병이라는 단어를 보고 앞서 소감을 발표한 기자들의 첫 마디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기자에게 이 단어들이 주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처음 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살 사건을 알았을 때 굳이 기사로 작성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반면, 함께 출입하는 다른 기자가 그 사건을 기사로 쓸까 전전긍긍하면서 취재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최근 자살 관련 보도가 언론사 자체적으로 제한하거나 줄어드는 추세를 겪으면서 전전긍긍하던 기자초년생도 사라졌지만, 그때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지 못한 것이 끝내 안타깝다.

세미나에서 권대익 기자의 정신질환 어떻게 보도되나’, 설운영 대표의 정신질환의 인권적 보도발표를 듣고는 수습교육을 받던 때가 자꾸 생각난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던 그때 처음으로 마주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인근 주민들과 경찰을 오가다 사건 경위를 파악을 위해 찾아간 담당 지구대에서 수갑에 묶인 채 앉아 있던 용의자를 보게 됐다.

그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사건 이후 사회 안전망 부실부터 정신 질환 환자 통계까지 각종 정신질환 관련 기사가 지역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당시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 잠재적 범죄자로, 우리 사회에 위해를 가하는 존재로 크게 두드러졌던 관련 기사를 보며 공감했던 나였지만, 이번 세미나에서 내 속에 편견이 생긴 것을 깨달았다.

아마 인권·생명 존중 세미나가 열리는 가장 큰 이유이자 앞으로도 지속해야 할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제주도에 불었던 강한 바람으로 머리가 헝클어져 짜증냈던 그날, 돌이켜 생각해보면 머리가 정리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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