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평생 기억에 남을 첫 단독 보도
[수상소감] 평생 기억에 남을 첫 단독 보도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9.07.24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BC 남효주 기자
TBC 남효주 기자

우선 이렇게 상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기사가 그렇듯, <김천시청 주차단속기록 무단삭제> 역시 제보자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확인한 대화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김천시청에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은 농담까지 섞어가며 회원들에게 ‘단속 기록을 삭제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사회복무요원도 사회복무요원이었지만 더 눈이 갔던 건 “시청 직원들도 다 한다”던 한 마디였습니다.

해당 사회복무 요원이 부서 배치 나흘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땐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의심, ‘시청직원들은 자신의 단속기록을 지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어쩌면 사실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다음날, 김천경찰서는 곧바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4개월의 수사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공무원들은 엑셀 파일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단속기록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제외 대상 차량번호를 기입해놓은 엑셀파일에 자신의 차량 번호를 넣어놓은 뻔뻔한 공무원도 있었고, 삭제를 부탁한 공무원까지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무원들의 차와 관용차는 교묘하게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9명의 전현직 공무원들이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막상 결과를 받아들었을 땐 씁쓸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제가 기자협회보 첫 인사글에 썼던,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를 우리는 여전히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곤합니다.

<김천시청 주차단속기록 무단삭제>는 그야말로 제게 온통 ‘처음’을 경험하게 해 준 보도입니다.

첫 단독이었고, 경찰수사까지 이어진 첫 보도였고, 이렇게 첫 상까지 안겨주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모든 부분에서 모자랐을 부족한 후배를 믿고 온전히 보도를 맡겨주신 선배들에게 꼭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불의를 보고 참는 대신,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준 제보자에게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오늘의 경험을 잊지 않고, 늘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