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지역 요양원 노인폭행 사건을 취재하면서
고령지역 요양원 노인폭행 사건을 취재하면서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9.07.25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남일보 석현철 기자
영남일보 석현철 기자

고령지역의 한 요양원에서 벌어진 80대 치매노인의 폭행사건을 취재하면서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 해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제보자로부터 확보한 영상에는 평소 노인을 대하는 간병사와 원장의 그릇된 태도와 방식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할 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제도적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데 제보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본격적인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영상을 확보한 이후 문제의 요양원 원장과의 통화에서 원장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발뺌했다.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는 제보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영상을 확보했다는 것을 밝힐 수 없었기 때문에 원장의 반응은 다소 짐작이 됐다.

첫 보도 이후 요양원 측은 제보자를 짐작하는 듯 그에게 연락을 취해 왔다.

이후 처음 제보를 할 당시에만도 그렇게도 당당하던 제보자도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보고 두려웠던 것인지 후속보도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해 왔다.

많이 불안해하는 듯 했다.

후속 취재보다 불안해하는 제보자를 안정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더 힘겨웠다. 

외신에서 연락이 와서 영상을 요청할 때는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까지 했다.

경찰은 폭행을 행사한 요양보호사와 원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대표이사는 관할 기관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해당 요양원은 지정취소 돼 입소자를 모두 퇴원 및 이동조치 했다. 

본 건을 취재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간병사들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맡은바 책임을 다하고 있음에 그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맘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자극적인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본 건을 다룬 데에는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노인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겠다는 바람에서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