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들어가서는 안 될 곳에 들어간 이유
[수상소감] 들어가서는 안 될 곳에 들어간 이유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9.07.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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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양승진 기자
영남일보 양승진 기자

지난 1월 26일 처음 찾은 서구 상리동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심한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계단과 통로 바닥 곳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 부유물이 고여 있었다.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이곳을 찾은 이유는 처리장 운영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2013년 대구시가 686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처리장은 준공 이후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량은 하루 목표치(300t)의 62%(186t)에 불과하며, 바이오가스 생산량도 당초 목표치(하루 2만6천098N㎥)보다 25.2%(6천579N㎥) 감소한 1만9천519N㎥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처리장 부실 운영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에게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시공사의 의무운영이 끝나는 2020년부터는 대구시가 이를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시공사 ㈜대우건설은 150억원을 투입해 보수공사를 마친 뒤 처리장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2018년 11월 밝혔다.

하지만 영남일보 보도를 통해 처리장의 초라한 민낯은 그대로 드러났다.

늦었지만 대구시는 이후 기술진단 등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또 재정손실액은 시공사 의무운전비에서 차감하고 문제점에 대해선 손해보상 청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들어가서는 안 될 곳에 들어가셨네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같은 말이지만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셨네요’,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하셨네요’라고 다르게 들렸다.

물론 덕분에 오기 또는 열정을 갖고 취재할 수 있었다.

못난 후배와 함께 냄새나는 기사를 쓴 서정혁 선배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 냄새나는 기사를 같이 쓰는 좋은 선배가 돼 주시리라 믿는다. 

부족한 글을 잘 다듬어 준 영남일보 사회부 구성원 모두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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