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제보로 시작된 포항 수돗물 사태
사소한 제보로 시작된 포항 수돗물 사태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9.10.24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매일 황영우 기자
경북매일 황영우 기자
경북매일 황영우 기자

“우리집 수돗물이 이상해요.”

포항시 수돗물 사태는 처음엔 사소한 제보에서 시작했다.

평상시 문제없이 이용하던 수돗물 필터가 검붉은 색으로 변색했고 화장실 변기에도 붉은 곰팡이가 피는 것을 목격했다는 제보자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사진을 받아보고 나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느껴졌다.

우선 이러한 수돗물 이상 징후가 올해 6월부터 있어왔고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수돗물 이상에 대한 얘기가 오고갔다고 제보자는 또한 설명했다.

특히 제보자는 해당 수돗물로 샤워 등을 하자 팔뚝에 붉은 두드러기가 나는 등 증세도 보였다며 사진도 보내 설득력을 실었다.

포항시 관계 공무원이 방문해 필터를 새로이 지급하고 당시 해병대 전차부대의 훈련 동선이 인근에 있었다고 제보자에게 해명했다고 하지만, 석연치 않음을 직감했다.

이어 추가로 취재를 계속했고 비슷한 시기에 인근 학교에서도 수돗물에 이상이 생겨 급식이 돌연 중단돼 조기 하교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수돗물 이상 징후가 남구 전반에 미치고 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1면 기사로 최초 보도되자, 시에서는 부랴부랴 관계자 회의는 물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원인을 분석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 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시 내·외부로부터 듣자 본격적으로 시정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포항 북구에서도 유사 사례가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포항 노후 수도관의 규모(전체 수도관비율 중 13.6%)가 대구(9.6%)와 비교해서도 높은 것이 확인되자, 포항시 수돗물 정책 자체가 시민들의 신뢰성을 얻기 위해 고쳐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시일이 지나, 시의 조사결과 원인이 관내 침착된 ‘망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한번 불신을 갖기 시작한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더욱이 이 시기에는 남구 SRF시설의 대기오염 문제로 남구 주민들의 오염 스트레스가 커가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포항시 전반의 수도관 세척 실시와 법정 수준에만 맞춘 ‘부족한’ 수돗물 검사기준을 향상시켜 수돗물에 대한 시민 신뢰도를 다시금 살려야 이 사태의 ‘정확한 해결’이 성립된다고 생각했다.

시도 관련 기사가 나간 후, 선진도시인 서울과 부산, 대구 수준으로 검사기준을 늘리기로 확정했고 수도관 청소도 확대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포항시 수돗물 정책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았다.

서울의 ‘아리수’처럼 포항시의 수돗물도 단순히 공급되는 물이 아닌, 먹고 마셔도 되는, 고급 브랜드화된 수돗물로 자리해 포항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길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