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중이용시설 밀집 유흥가 '명부 작성 X, 마스크 안 쓰고 춤'…사회적 거리두기 '느슨'
[르포] 다중이용시설 밀집 유흥가 '명부 작성 X, 마스크 안 쓰고 춤'…사회적 거리두기 '느슨'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0.04.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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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동선 위한 다중이용시설 명부 관리 안 돼
술집 입구에 줄 선 청년들 안전거리 안 지켜
마스크 없이 춤춰…합동단속반 등장하기도
18일 오후 11시쯤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헌팅포차에 300여명이 넘는 손님이 술을 마시고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다. 매일신문 제공.
18일 오후 11시쯤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헌팅포차에 300여명이 넘는 손님이 술을 마시고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다. 매일신문 제공.

매일신문은 지난 주말 다중이용시설 밀집 유흥가를 찾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이행여부를 밀착 취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18일 오후 10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큰 음악소리가 들리고 사이키 조명이 화려한 이른바 '헌팅포차', '라운지바'라고 불리는 다중이용시설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한 헌팅포차의 입구에 들어섰지만 직원이 신분증 검사만 할 뿐 체온검사는 하지 않았다. 이용자 명부도 있었지만 작성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주점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일이 이렇게 바쁜데 일일이 명부를 신경 쓰기 힘들다"고 했다.

손님 대부분은 자리에 앉자마자 마스크를 벗거나 턱 밑으로 내렸다. 일부는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인지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곳 종사자들조차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서빙을 하고 있었다.

정부가 강도를 조절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을 결정했지만 일부 다중이용시설과 이용자들의 방역 지침 준수가 느슨해져 지역사회 방역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당수의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 업종이 자체적으로 방역 지침을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소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거리가 먼 별세계였다. 헌팅포차와 라운지바는 이성과의 즉석만남과 가벼운 춤이 가능해 클럽과 다를 바 없는 장소지만 보건당국이 요구하는 방역 준수 사항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이들이 만들어낸 광경은 눈을 의심케할 정도로 코로나19 무풍지대였다. 좁은 계단에 30여명의 청년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는 이들도 있었다. 헌팅포차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한 대학생은 "두 달 만에 동성로에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올 줄은 몰랐다"며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이는 건 신경 쓰이지만 이제 확진자가 많이 줄어 큰 걱정은 안 된다"고 했다.

동성로의 음주가무는 새벽이 돼도 식을 줄 몰랐다. 19일 오전 1시쯤 한 라운지바는 그야말로 클럽이었다. DJ가 신나는 노래를 틀어 손님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70명이 넘는 이용자들은 음악에 몸을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일부는 흥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상대방과 몸을 밀접 접촉한 채 춤을 추기도 했다. 이곳 직원들은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칵테일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즈음 대구 중구청과 중부경찰서가 함께 꾸린 13명의 합동단속반이 들이닥쳤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이들은 주점 관계자를 불러 "이용자들이 춤을 추게 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일반음식점이라 단속을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낮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18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한 PC방. 방역 조치를 위해 이용자 명부를 입구에서부터 쓰게 돼 있었다. PC방 내부에는 얼핏 봐도 20명 이상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용자 명부에는 오후 1시 현재 다녀 갔다고 적힌 이름은 모두 7명뿐이었다.

출입시간을 적는 칸은 공란이었다. 명부 작성도 엉망이었다. 성은 쓰지 않고 그저 '현수'라고 적어 놓거나 '김룰루' 등 장난처럼 적은 것들도 눈에 띄었다. 발열 유무를 적는 기입란 작성도 이용객의 몫이었다. 체온계도 없었다. PC방 직원은 "혼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을 일일이 체크하는 게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당수는 친구들과 같은 줄에 앉아 게임을 즐겼다. 내부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지만 얘기하며 게임하느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인근 건물의 한 헬스장도 이용자 명부 기재에 소홀했다. 운동하고 있는 헬스장 회원은 7명. 그런데 이용자 명부에는 2명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헬스장 직원은 "우리는 회원제라서 누군지 서로 다 알고 있다"며 "내부엔 CCTV까지 설치돼 있어 괜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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