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감]영남일보 조영선 기자_신문편집부문 우수
[수상 소감]영남일보 조영선 기자_신문편집부문 우수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24.03.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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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의 기자상 '秋 해서…대구는 아름답다' 보도
영남일보 조영선 기자
영남일보 조영선 기자

가볍게 생각한 소감문인데, 막상 쓰려고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단순히 소감을 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상을 받을 일이 잘 없어서 이 기회에 편집기자들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좀 더 좋은 제목, 지면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혹은 쥐어뜯고) 그게 잘되지 않을 땐 자기 혐오에 빠지는 것을 반복. 편집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오답을 피하지 못했을 때의 후폭풍. "하나님, 부모님, 기협회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쓰면 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는 글을 부족한 글솜씨를 비벼 몇 글자 더 적어봅니다.


2023년 정말 열심히 즐기면서 일했습니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 윗분들로부터 제목은 깔끔하나 재미가 없다는 말을 인사처럼 들었던 저는 '노잼 기자' 타이틀을 떼기 위해 꽤 발버둥 쳤습니다. 신문 모니터링은 기본, 예능 자막과 유튜브 신박한 댓글들 메모…. 거기에 더해진 주변 동료들의 도움까지. 세상의 많은 일이 그러하듯, 제 편집기자 인생의 변화도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게 '노잼'의 낙인을 지우고 '올해의 기자상'을 받던 그 날, 하필 대구는 무지하게 추웠습니다. 수상자조차 집을 나서기 싫을 정도로 밖은 춥고 이불 속은 따뜻했는데, 저를 축하해주기 위해 집을 나선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빨갛게 언 볼을 닮은 꽃다발과 함께 이모뻘 선배를 축하하러 와준 후배 둘과 선약이 있는데도 와준 후배, 일 미루고 온 친구, 의성에서 KTX를 타고 온 친구…. 그래서 상 받는 것보다 이들이 와준 게 더 기뻤습니다. 금일봉을 하사한 엄마와 선물까지 준비한 후배도 잊으면 섭섭하겠지요. 상조차도 과분한데 이런 사람들이 제 곁에 있다는 건 더 과분하게 느껴집니다.


이 마음을 계속 간직하겠다는 고백으로 소감을 마무리해봅니다. 기자협회보가 나오는 날엔 매일 커피 사주시는 옆자리 선배들에게 시럽 3번 추가한 '뜨아' 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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