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생각한 소감문인데, 막상 쓰려고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단순히 소감을 말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제가 상을 받을 일이 잘 없어서 이 기회에 편집기자들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좀 더 좋은 제목, 지면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혹은 쥐어뜯고) 그게 잘되지 않을 땐 자기 혐오에 빠지는 것을 반복. 편집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오답을 피하지 못했을 때의 후폭풍. "하나님, 부모님, 기협회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쓰면 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는 글을 부족한 글솜씨를 비벼 몇 글자 더 적어봅니다.
2023년 정말 열심히 즐기면서 일했습니다. 사실 불과 몇 년 전까지 윗분들로부터 제목은 깔끔하나 재미가 없다는 말을 인사처럼 들었던 저는 '노잼 기자' 타이틀을 떼기 위해 꽤 발버둥 쳤습니다. 신문 모니터링은 기본, 예능 자막과 유튜브 신박한 댓글들 메모…. 거기에 더해진 주변 동료들의 도움까지. 세상의 많은 일이 그러하듯, 제 편집기자 인생의 변화도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게 '노잼'의 낙인을 지우고 '올해의 기자상'을 받던 그 날, 하필 대구는 무지하게 추웠습니다. 수상자조차 집을 나서기 싫을 정도로 밖은 춥고 이불 속은 따뜻했는데, 저를 축하해주기 위해 집을 나선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빨갛게 언 볼을 닮은 꽃다발과 함께 이모뻘 선배를 축하하러 와준 후배 둘과 선약이 있는데도 와준 후배, 일 미루고 온 친구, 의성에서 KTX를 타고 온 친구…. 그래서 상 받는 것보다 이들이 와준 게 더 기뻤습니다. 금일봉을 하사한 엄마와 선물까지 준비한 후배도 잊으면 섭섭하겠지요. 상조차도 과분한데 이런 사람들이 제 곁에 있다는 건 더 과분하게 느껴집니다.
이 마음을 계속 간직하겠다는 고백으로 소감을 마무리해봅니다. 기자협회보가 나오는 날엔 매일 커피 사주시는 옆자리 선배들에게 시럽 3번 추가한 '뜨아' 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