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 중이던 해병대원이 물에 빠졌습니다". 경북 예천 수해 취재 현장에 투입됐지 닷새째였던 2023년 7월 19일 아침. 수마가 할퀴고 간 예천의 상처입은 모습이 하나둘 드러날 때 즈음 또 다른 비극이 들려왔습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 사건팀 윤관식 기자가 그 현장을 목격하고 급히 소식을 타전했습니다. 사건팀 전원이 현장 취재에 투입됐고 실종된 해병대원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료 해병대원들과 시민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오전 9시 20분 <[속보] 예천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급류 휩쓸려 실종> 기사를 첫 보도했습니다.
전북에서 사고 현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실종 해병대원의 부모들은 "구명조끼를 왜 입히지 않았느냐"라고 해병대 간부들에게 절규했습니다. 연합뉴스 사건팀 역시 같은 물음을 던졌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연합뉴스 사건팀은 '20대 청년이 왜 군대에서 허망하게 삶을 마감해야 했는지', '군 간부들은 왜 사고를 예방하지 않았는지' 밝혀내야 했습니다. 폐쇄적인 군 조직 특성상 취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천 현장에서 경찰, 소방 당국, 해병대, 육군 등 수색 현장에 투입됐던 모든 관련자들과 접촉을 시도해 하나하나 퍼즐을 맞쳐나간 끝에 사고 당일 오후 <해병대 무리한 수색 비판론…'구명조끼'도 없이 인간띠 수색했다>를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연합뉴스 사건팀은 숨진 해병의 영결식까지 끝까지 현장을 지키며 마지막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취재로 대구경북기자협회 신문상을 받은 건 큰 보람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숨진 해병대원과 유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또한 남아 있습니다. 순직한 해병이 부디 편히 쉬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책임자 규명과 처벌 또한 공명정대하게 이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