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영남일보 교열팀 김도윤 기자
[결혼] 영남일보 교열팀 김도윤 기자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7.03.16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남일보 교열팀 김도윤 기자 웨딩 사진.
영남일보 교열팀 김도윤 기자 웨딩 사진.

“뭐 결혼한다 카디만, 바로 날 잡더니 그 다음 날 바로 예식장 잡아뿌데예~.”

상견례 자리에서 딸 보내는데 섭섭하시지 않냐는 시댁 어른들의 질문에 아빠가 섭섭함이 그득한 눈으로 꺼내놓은 말입니다.

평소 제가 볼멘소리를 할 적이면 “니는 시집이나 가라”며 채근하시곤 했지만 막상 맏딸이 식을 올린다고 하니, 그것도 혼담이 오간 후 3개월 남짓만 남겨 두고 한다고 하니, 내심 마음이 헛헛하셨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엄마였습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고부터 뭐가 마음에 안 드시는지 사사건건 잔소리였습니다. 침대가 너무 크다, 쇼파가 너무 비싸다, TV를 안 산다더니 결국 샀네 등….

신혼집으로 옮길 짐을 빨리 정리하라는 엄마의 말을 못 들은 척하길 여러 번, 결국 하루는 퇴근하니 제 짐이 방 한구석에 쌓여 있더군요.

이런 엄마에 대해 먼저 결혼한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자, “엄마 진짜 섭섭했겠다. 네 짐을 대신 싸면서 오만 생각을 다 하셨겠네”라고 하더군요.

그제야 매일 밤 엄마께 투덜거리던 내가 얼마나 철이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연애에, 서른을 넘긴 나이에도 결혼을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하는 결혼에 들떠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다.

결혼 전날 밤, 엄마는 섭섭함을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한 당신의 서툰 맘을 이해해달라며 저를 안고 펑펑 우셨습니다.

저도 못된 딸을 용서하라고 사랑한다, 잘살겠다 말씀드렸습니다.

덕분에 결혼식 당일 아침 저는 눈이 퉁퉁 부어올라 보톡스(?)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축하해주신 모든 분께 이 지면을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