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감] 차려진 밥상을 잘 먹기만 했을 뿐
[수상 소감] 차려진 밥상을 잘 먹기만 했을 뿐
  • 대구경북기자협회
  • 승인 2019.07.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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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 이바름 기자
경북매일 이바름 기자

나태해졌다.

첫 기사를 쓰고 만난 모 선배가 “나도 예전에 들었던 내용이었다”고 말해줬다. 

취재를 해보니 알았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구전되고 있었다. 나만 아는 특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음 목표는 내게 패배감을 안겨준 당신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아는 것으로 정했다.

취재 중 만난 그 누구하나 속 시원한 사람이 없었다. 

“누가 그 내용 안다더라. 거기 한 번 가봐라”, “나도 들었던 이야긴데, 그거 사실이래?”,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라는 대답만 되돌이표처럼 돌아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취재를 해봐야겠구나’란 마음이 들었던 때였다.

시작은 ‘미 해병대 제1비행단 전몰용사 충령비(포항시 남구 송도동 소재)’였다. 

충령비가 사실은 1930년대 포항에 거주한 일본인들이 세운 ‘일본군 충혼비’였다는 의혹.  

가장 먼저 건립자로 기록돼 있는 6·25전쟁 미군 통역관 이종만씨를 수소문했다. 

포항시도 한국자유총연맹 포항시지회도, 경북남부보훈지청도 모른단다. 

근데 건립자인지는 어떻게 알고 이렇게 기록했는지 되물었더니 “그렇다던데요?”라고만 말했다. 

사전에 입을 맞췄는지 의심이 생길 정도로 관련기관·단체들은 하나같이 무책임했다.

그럼에도 당당했다. 항의전화도 왔다. 

한 사람에 30~40분씩, 2시간가량 난 ‘해명’해야 했다. 

기사가 누구를 책망하고 비판하는 기사는 아닐테니, 다시 한 번 봐주시라고 수십 번 말했다. 

제보자는 근거자료를 갖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고서적을 찾아보고 직접 일본어를 번역하면서 하나씩 분석해 사실관계를 정립해갔고, 그 중 일부를 제보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단다. 호기심이 일었고, 그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한 의식의 흐름대로 열심히 찾아보다보니, “사실은 이렇답니다”라는 결과에 도달한 것이다. 

떠다 먹여주는데 거절하고 마다할 이유가 있나. 누구의 수상소감처럼, 난 차려진 밥상을 잘 먹기만 했다.

이제라도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 적어도 우리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절을 하던 기도를 하던 할 것 아닌가. 말 그대로 하늘이 곡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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